Page 9 - ON_kereilbo20210323
P. 9

КОРЕЙСКИЕ НАРОДНЫЕ ВЕСТИ 겨레일보 2021.        03.23 (화) NO.4391   9■
        ■ 전문가 컬럼                 -외부 필자의 글은 겨레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보적인 음색과 범접할 수 없는 감성을 지닌 천재가수 전유진을 내치
                                                              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은 ‘열 살 김태연보다 못
                                                              한 전유진’이란 상징조작이다. 그 큰 그림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전
                                                              유진은 담대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이전 경연대회에서 떨어졌을 때도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오히려 진심으로 상대로 축하해주
                                                              는 대인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눈물을 쏟아냈다. 팀을 위해
        바보 전유진                                                자신을 희생하고 에이스전도 양보한 착한 소녀에게 가해진 것은 불공
                                                              정과 모욕감이었다. 반면에 학폭 의혹 경연자에게는 아름다운 퇴장으
                                                              로 미화시켰다.
                                                              일생의 가장 큰 시련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전유진은 7세 때 바지
                                                              에 X를 지린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지금은 아마도 그 답이 ‘미스
                                                              트롯2’일 것이다. ‘미스트롯2’에서 그는 얼마나 큰 모멸감을 느꼈
                                                              을까. 내가 당한 것의 백 배 정도의 강도일 것이다. 하지만 전유진은
                                                              나 같은 찌질이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본선 3차전 촬영일이 1월 10일이었다. 탈락이 방영되었던 2월 4일까지
                                                              그는 ‘미스트롯2’에게 그 어떤 보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비밀유지
                                                              계약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떨어졌단 사실을 스포할 수 있었다. 하지
                                                              만 그는 무려 24일 동안 스스로 자가격리하며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했
                                                              다. 24명 경연자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근황을 알린 것과는 확연하게
                     ▲한승범 한류연구소장/                             다른 행보였다. 심지어 방송일에는 어김없이 시청을 독려하는 메세지
                                                              를 보냈다. ‘미스트롯2’의 뻔뻔한 홍보 요청에도 기꺼이 따랐다. 때
                     무기모박사졸업/초대
                                                              문에 팬들은 그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미스트
                     모스크바총학생연합회 회장                            롯2’를 열혈 시청한 것이다. 심지어 팬들은 TV조선이 상업적 의도로
                                                              만든 ‘미스&미스터트롯’ 앱에서 하트 채굴을 하며 TV조선 돈벌이에
              유진은 지난 4일 TV조선 ‘미스트롯2’ 본선 3차전에서                 기꺼이 응했다. TV조선은 전유진과 팬들을 싸잡아 이용하고 능욕한 것
         전 탈락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유튜브 조회수 1억5천                    이다.
        만뷰, 5주 연속 대국민 응원 투표 1위 전유진의 준결승 진출 실                  바보다. 전유진은 정말 바보다. 왼쪽 뺨을 때린 원수에게 오른쪽 뺨을
        패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사실 다                    내미는 성자와 같은 행동을 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수천만
        른 데 있었다.                                              명이 죽어나가도 내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고 애절한 법이다. 그런데
        ‘미스트롯2’ 경연 초기부터 온라인에는 중학생 전유진이 준결                     전유진는 탈락 방송 직후 “제가 떨어져서 아픈 마음보다 응원해주시
        승 전에 내쳐진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미성년자가 진이 되면 향                    고 매일 문자투표 하트 보내주신 팬들의 마음이 아플까 봐 걱정”이라
        후 방송 및 행사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라는 음모론이었다. 준결                    고 말했다. 얼마나 맑고 깨끗한 영혼인가. 이 지점에서 팬들은 다시
        승부터는 팬의 인기투표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국민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응원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인 전유진이 준결과 결승에 진출하                     한 유튜브 라이브방송 인터뷰에서 60대 아들이 90세 노모에 대한 사연
        면 무조건 진이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준결승 직전                   을 들려주었다. 노모가 ‘미스트롯2’ 전유진의 노래를 듣고 생기를
        에 떨군다는 시나리오였다. 솔직히 나는 믿지 않았다. 무슨 동                    찾았다. 그런 노모에게 전유진 탈락 얘기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고 한
        네 장기자랑도 아니고 공신력 있는 방송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                     다. 전유진 탈락 쇼크로 우울증이 악화된 팬도 있다. 코로나19로 생계
        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벌어졌다.                                 가 막막한 많은 자영업자들이 전유진한테 위로를 받았는데 다시 절망
        나는 적지 않은 선거에서 사이버팀장 역할을 했고, 10년 가까이                   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전유진이 그깟 ‘미스트롯2’ 준결승 전에 떨
        기업위기관리 회사를 운영하며 평판이미지를 관리했다. 때문에                      어졌다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자신의 노래 하나도 제대로 부
        누구보다도 이미지관리와 상징조작에 대한 이해가 깊다. 피디,                     르지 못하고 억울하게 내쳐졌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교묘한 상징조작
        마스터, 소속사, 아빠 찬스 하나 없는 흙수저 전유진을 ‘실력                    으로 ‘실력 없는 아마추어’란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없는 가수’로 상징조작하고 떨구는 것은 정말 쉽다. 마스터의                     온라인에는 안티팬들이 전유진을 ‘거품 빠진 중딩’이라며 조롱하고
        비양심과 교묘한 편집술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있다. 이것은 인격살인이다. 그리고 의외의 피해자가 또 있다. 김태연
        만약 작정하고 전유진을 떨어뜨리려면 팀메들리가 최적의 환경                      이다. 전유진 탈락의 정당화를 위해 어린 김태연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다. 그럼 ‘미스트롯2’ 팀메들리를 나노 단위로 분석해보자.                    내가 이유 없이 조교를 미워했듯이 전유진 팬들에게 김태연이 이쁘게
        전유진이 속한 미스유랑단은 국악을 메인 노래로 삼았다. 트롯                     보일 리 없다. ‘미스트롯2’가 뿌린 비극의 씨앗이다.
        경연대회에서 ‘국악’이란 황당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당연                     전유진의 눈물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미스트롯2’의 오만과 독선의
        히 국악전공자 김태연이 돋보였다. 정통 트롯가수 전유진은 백                     댐을 무너뜨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 ‘미스트롯2’ 9회차 시청률이
        댄서로 전락했다. ‘빈대떡 신사’에서는 전유진을 김태연에게                      훅 빠졌다. 명절 특수와 준결승 상승요인을 감안하면 5% 이상이 빠진
        발길질을 당하는 얼간이 역할로 희화화했다. 절정은 ‘왕서방’                     셈이다. 그 숫자 상당 부분이 KBS 트롯전국체전으로 옮겨갔고 사상 최
        이었다. 마술상자에 가둬놓고 “흐예이 예이예~”를 부르게 하                     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추세이다. 경제에서도 국내총생산
        며 전유진을 또다시 능멸했다. 소위 ‘싸비’ 있는 구절은 다른                    보다 경제성장률이 훨씬 중요한 지표가 된다. 마이너스 성장은 재앙에
        경연자의 몫이었다. 정말 잔인한 것은 전유진이 노래를 부를 때                    가까운 것이다. 미스&미스터 트롯 신화는 이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
        마스터들은 마치 짠 듯이 “태연아 어떻해”, “태연이 봐”,                     다. TV조선의 ‘전유진 토사구팽’은 방송국 역사에서 최악의 실수로
        “태연이 끼가 있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정말 믿기지 않는                     기록될 것이다. 전유진은 글로벌 트롯여제로 거듭나고, TV조선은 ‘한
        저열함이다. 역지사지로 마스터가 노래를 하는데 관객들이 백댄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앙’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만 주목하고 칭찬하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마스터 인성론                     지난 14일 마감한 동아일보 트롯스타 투표 웹서비스 ‘트롯픽’(trotp
        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ick)에서 팬들은 전유진을 여성가수 부문 1위와 스페셜 부문(‘관찰
        심사평에서도 마스터들은 ‘김태연 몰아주기’를 작정하고 나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고싶은 가수는?’) 1위로 만들었다. 일명 ‘홍장
        다. 전유진에게 어이없는 혹평을 하고는 뜬금없이 “우리 태연                     군(홍창원)’의 진두지휘 아래 4000여 명이 거금 3천여만 원을 십시일
        이, 사랑해요!”를 외쳤다. 극명한 대비효과다. 준결승 진출자                    반 각출해 이룬 성과였다. ‘황야의 이리’와 같은 팬덤이다. 못난 어
        발표에서 마스터는 마지막 진출자가 ‘미스유랑단 막내라인’에                      른들에게 이용당하고 내쳐진 16세 소녀를 위로하기 위한 팬들의 눈물
        있다고 뜸을 들인 뒤 김태연을 호명했다. 그때 마스터에게 옅은                    어린 선물이었다. 바보 전유진에게 바보같은 팬덤이다. 그들에게는 향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시기와 질투는 사람을 지옥에 빠지게 만                    기가 있다.
        드는 법이다.
   4   5   6   7   8   9   10   11   12